천장은 공간을 나누는 벽들을 모아 하나의 공간으로 마무리 짓는 건축의 마지막 요소다. 기능적으로는 직사광선, 비, 바람과 같은 하늘로부터의
위험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며 공간을 쾌적하고 안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런데 당장 집과 사무실의 천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은 천장을 쉽게 간과하고는 한다.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질감인지 또 어떤 높이로 만들어져 있는지 잘 신경 쓰지 않기에
당연히도 잘 모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천장은 약간의 차이만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크게 바꾼다.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물론 삶의
질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하늘로부터의 위협을 방어하는 건축 요소로서, 공간을 안전하고 아늑하게 만든 천장은 그러나 하늘의 다른 요소까지도 막아버렸다. 바로 푸른
하늘과 따듯한 햇빛, 달빛과 별빛이다. 땅과 작물, 공기만큼이나 중요한 하늘을 막아버린 천장을 사람들은 불안하게 여겼다. 공간의 안정성과는
별개로 자연이나 신(神)과의 유리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천장에 어떤 상징적 요소도 남지 않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천장으로 유발된
이 심리적 불안함을 극복하기 위해 고대로부터 사람들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손쉬운 방식은 천장을 하늘과 닮게 만드는 것이었다. 천장에 하늘과 비슷한 색을 칠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행위부터 하늘과 닮은 둥근
모양의 천장을 만들거나 천장에 구멍을 내는 방식까지 그 표현 방법의 다양함과 관계없이 목적은 오직 천장을 하늘과 최대한 닮아보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진짜 하늘은 아니지만 진짜에 버금가는 하늘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천장으로 하늘을 만드는 이런
행위는 방에 야광 별을 달아놓거나 태양을 닮은 샹들리에를 설치하는 요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천장을 뜻하는 영어 씰링(Ceiling)은 하늘을 뜻하는 프랑스어 씨엘(Ciel)에서 유해했다. 처음부터 하늘과 동일시 여겼던 고대의 전통에서
출발한 셈이다. 작가 수에토니우스는 ‘12황제 전기(The Lives of the Twelve Caesars)’에서 로마 네로 황제 시대 건축물의 천장을 천체의
운동을 모방한 둥근 천장이라 표현했다. 그 천장은 푸른색으로 칠해져있었고, 별 모양의 장식을 만들어 넣었으며 심지어 천제가 움직이는
방식으로 천천히 회전운동까지 했다고 한다. 또 중세 성당의 돔 천장은 푸른색으로 칠해져있었고 금빛 별과 태양으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대저택에는 구름과 천사들이 그려진 천장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요즘은 천장에 구름과 천사를 그려넣거나 푸른색으로 칠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그 전통의 흔적이 남아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천장의 몰딩이다.
집이나 사무실 천장 둘레의 테두리에 둘러놓는 벽과 천장을 분리해주는 몰딩은 본디 천장에 칠해진 푸른색의 경계, 천장에 그려진 하늘 그림의
경계에 있던 복잡한 테두리의 흔적이다. 지금의 장식에 불과한 몰딩에서 천장과 벽을 분리해준다는 것 외에 어떤 의미를 더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원래의 의미는 천장에 만들어진 하늘과 현실을 구분해주고 인간의 집과 집안으로 들여온 하늘을 한계짓는 상징적인
장식품이었던 것이다.
천장의 모양은 보통 다섯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평평하고 곧게 뻗은 평지붕, 위쪽이 뾰족한 5각형 벽을 만드는 박공지붕, 박공지붕보다
양쪽 끝이 좁고 벽 위에 면구조가 하나 더 있는 모임지붕, 원뿔이나 원형으로 만드는 방형지붕, 한쪽으로 치우친 천장과 마름모형 벽이 특징인
외쪽지붕이 있다. 균일한 공간을 만드는 천장은 안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주며 형태에 따라 공간을 구분해 주거나 비례감과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면적이 좁은 공간을 넓고 탁 트인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천장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원리로 천장이 가진 높이 차이를 완만하게 조절해 사용자의 감각을 서서히 전환시키거나 극적으로 차이를 크게해 감각을 환기하는
장치로 쓰기도 한다. 중세에 세워진 교회나 성당은 대부분 크고 높은 돔 형태로 지어졌다. 이 크고 높은 돔 천장은 궁핍한 일상과 삶을 상징하는
어둡고 긴 복도와 함께 신자와 방문자들에게 격정적인 감동을 선사했다. 좁고 낮은 복도를 지나 거대한 공간감과 개방감을 가진 천장 아래의
홀에서 사람들이 경외감과 신성함을 느꼈던 것이다. 오늘날에는 잘 기획된 놀이공원이나 미술관에서 이런 장치를 흔하게 볼 수 있다.
2007년 미국 라이스 대학교(Rice University, Texas, U.S.A)에서 있었던 실험에 의하면 천장의 높이가 높아질 수록 공간 사용자의 창의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반대로 천장의 높이가 낮아지면 사용자의 집중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사무실 환경 조성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다. 병원이나 상업공간에서는 공간의 목적과 사용자에 따라 전략적으로 공간을
구성한다. 구글의 본사인 구글 플렉스(Googleplex)는 직원들의 추상력과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천장을 높이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아이방을 어떻게 꾸며줄지, 어떤 아이로 키울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우선 천장의 높이를 확인해보자.
기사 노일영
차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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